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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op Home/ETOP 2010-2011

우리의 멋진 이웃 세넌

지난 여름에 듣도 보지도 못한 Estacada라는 도시에 오게 되었고,
와보지도 못한 집을 사진으로만 보고 사야 했었기에,
6/29일 미국에 도착한 그날은 아주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날이었습니다.
집이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동네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Estacada 도시는 자그맣지만 크리스마스트리 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사람들도 아주아주 친절했죠. 
특히  
우리의 이웃들은 아주 아주 멋지고 친절하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처음 우리를 반겨주고 우리를 초대해주었던 우리의 이웃 세넌네에 대해 소개를 드리죠.
앞에서 할로윈데이 사진을 올리면서 잠시 소개드렸듯이 세넌네에는 14살 딸 엘리자베스와 17살 아들 (앗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ㅠㅡㅠ) 이 있답니다.
여기서 산지 9년째인 이 가족들은 자연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엘리자베스는 처음 저희를 만났을 때 어색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 풀 이름이 뭐고 저 풀은 언제 쓰면 좋고, 이 풀은 맛이 시큼하며 저 풀은 안좋고.. 등등 아이들을 놀라게 만들었죠. 물론 뱀을 벌썩 잡았던 엘리자베스의 모습에 아이들은 더욱 깜짝 놀라기도 했죠 (참고로 이 지역에는 독사가 없답니다. ^^;;) 엘리자베스는 비가 쏟아지는 날에 들판을 막 뛰어다니며 비를 맞는걸 즐기는 아주 '자유로운 영혼'의 소녀랍니다. 덕분에 어느날 세넌네에 놀러갔다가 애들 모두 왕창 비에 젖었죠. 엘리자베스가 비속을 뛰기 시작하니 아이들도 소리를 지르며 비 속을 뛰어다니기 시작했거든요.
그럼 우리 어른들은 "그만. 당장 이리로 와. 감기 들어!" 라고 하는게 보통이었겠으나..
그렇게 비 속을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새삼 비를 처음 맞는듯 신기해 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그 모습이 너무너무 보기 좋아서 차마 그만하라는 말을 못했답니다.

우리가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직 민지의 팔이 깁스로 꽁꽁 묶여 있었을 때,
세넌네가 저희 모두를 초대했죠. 아이들이랑 엘리자베스가 세넌네 간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놀수 있게 저희를 초대했었답니다.
세넌은 돌을 좋아합니다. 암석이라고 해야하나? 여기 저기서 모은 신기한 돌들은 우리가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돌들도 갈고 닦으면 아름답다는걸 일깨워줬죠. 그 중 어떤 돌들은 반짝거리는게 잔뜩 박혀 있기도 했구요. 이후로 우리 아이들은 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저도 돌이 그렇게 이쁜 줄은 미쳐 몰랐었죠.

세넌의 돌들을 구경하고 나서,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세넌을 열심히 햄버거 패디와 콩 패디를 구웠습니다.
그리고 수박과 포도와 과일들을 넘치게 준비했죠.
저녁을 먹고 어른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엘리자베스는 아이들의 골목대장이 되어서는 세넌네의 넓은 앞 뜰을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녔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가시나 억센 풀들에 익숙해진 엘리자베스의 빠른 걸음을 따라가기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재밌는지 싫다는 소리없이 따라다녔죠. 우리 아이들의 피부는 아주 아주 약해서 금새 블랙베리 가시에 긁혔죠. 이제 우리 아이들도 블랙베리 가시에 찔려도 앗 하고서는 금새 아 괜찮아 하는 정도가 되었답니다. 처음보다 많이 강해진 우리 아이들... 점점 시골 아이들이 되어가는걸까요?

그 때 사진 몇장을 올립니다.



머쓱하게 짧았던 리아의 머리도 길어지고, 불편했던 민지의 팔도 이제는 자유롭게 움직인지 오래고.. 이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흐릅니다.
11월이라니요 벌써. 허걱. 금새 돌아갈 날이 오겠지요?
이제 서로 안아주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남들과 다른 것들을 보고 느끼고 또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시간들이 도움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